[취재수첩] 삼성전자 흠집잡기 혈안된 대만 IT매체

입력 2020-08-17 17:18   수정 2020-08-18 00:25

대만 반도체업계 종사자들에게 삼성전자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다. 2007년 ‘D램 증산’을 선언하고 삼성전자에 ‘치킨 게임’을 걸었다가 완패한 경험 때문이다. 가격 하락과 적자를 견뎌낸 삼성전자와 달리 대만 업체들은 2011년 백기를 들었다.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은 난야, 파워칩 등 대만 D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의 2류로 전락했다.

2020년 한국과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시장에서 다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 대만 TSMC를 삼성전자가 위협하는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2분기 기준)은 TSMC 51.5%, 삼성전자 18.8%로 격차가 작지 않다. 하지만 초소형·저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미세공정 기술 경쟁과 관련해선 ‘대등한 레이스’란 평가가 나온다.

뼈아픈 과거 때문일까.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대만의 견제가 심상치 않다. 경계를 넘어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대만 언론도 있다. TSMC가 지분을 갖고 있는 디지타임스가 대표적이다. 이 매체는 지난달 2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 수율(완제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의 기술력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이는 TSMC가 대만 경제에서 갖는 위상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명(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대만 반도체 제조회사)에서 알 수 있듯 TSMC는 대만 반도체의 ‘상징’이다. 연 2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대만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 대만인 임직원만 5만 명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무너지면 대만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외국 언론의 악의적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TSMC와 달리 ‘안’에서 더 모진 공격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방이 적에 둘러싸인 형국”이라며 “이 상황에선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기업 ‘명운’을 걸고 TSMC와 파운드리 전쟁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택2공장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을 짓는 등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행한 30조원 규모 투자를 감안할 때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50일 이상 뭉개고 있는 검찰의 모습을 보면 삼성전자는 전쟁 중 총사령관의 부재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굳이 병법서를 들추지 않아도 지휘관 없는 전쟁의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삼성 내부의 탄식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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